곰인형과 실타래

어느 따뜻한 오후에 창가에서 은은히 빛이 들어오는 느낌으로 그림의 분위기를 잡아보려고 합니다.
꼼꼼하게 계획적으로 완성될 그림을 상상하며 스케치를 합니다.
출발이 좋아야 결과가 좋은것처럼 스케치가 잘 되어야 좋은 그림이 됩니다.
특히 시작단계부터 부터 완성까지 빛을 일관성있게 잡아 나가는게 중요합니다.

화면 오른쪽에 인형을 주제로 잡고 옆에 실타래, 뒤에 큰 물체들을 묶어서 주제쪽으로 더 힘있게 시선이 모여지도록 해 봤습니다.
가까운 쪽에 주제를 배치했기 때문에 부주제가 될 양철통은 조금 뒤로 빼고 주변을 시원하게 배치했습니다.
구도에 관해서는 다음에 따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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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의 스케치는 어떤 연필로 해야된다 하고 정해져 있는게 없습니다.
채색을 위한 수채화의 밑그림용이라면 4B를 권장합니다.
HB나 2B는 스케치를 하기엔 좀 딱딱해서 종이를 상하게 할수도 있고 너무 연하게 스케치가 되면 초벌채색 이후에 연필선이 잘 안보일 수도 있습니다.
연필은 항상 뾰족하게 깎아서 사용하는것이 좋습니다.
뽀족한 연필은 눕혀서 사용하면 부드러운 선을, 세워서 사용하면 날카롭고 섬세한 선을 그을수 있습니다.
연필은 너무 짧아도, 너무 길어도 좋지 않습니다.
처음에 크게 구도를 잡아 들어갈때엔 (깍지를 끼운상태로)한뼘반정도의 길이정도, 세밀하게 그려들어갈땐 한뼘 이내의 길이의 연필로 그리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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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털을 그릴때에는 모든 털 하나하나의 모양을 그리려고 하지말고 밝음과 어두움이 교차되는곳을 나눠준다는 기분으로 그려 들어갑니다.
부드러운 털의 질감과 반짝이는 눈의 질감을 대비시키는것이 중요하겠죠.
반짝이는 질감의 물체를 그릴때는 항상 조명이 반사되는 모양을 그리는것이 포인트가 됩니다.
완성되었을때 밝고 부드러운 털과 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대비될수 있도록 계획을 잡아 나갑니다.

스케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체의 외곽선을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빛(밝고 어두움의 경계)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완성될 그림의 톤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빛을 잡아 갑니다.

 

화실이나 미술학원에서 가르치는 그림에도 유행(?)이 있어서 4~5년전 그림이랑 2~3년전 그림 그리고 요즘의 그림-특히 수채화는 많이 차이가 납니다.
전반적인 그림의 차이점은 이전 그림들이 빛이나 색이 강하게 표현되고 터치도 큰 터치로 몇번만에 그림을 완성시키는 소위 ‘원터치’스타일이라면 요즘의 그림들은 부드러운 빛과 차분한 색, 튀지않는 터치로 밀도를 쌓아 올리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비해서 전반적인 그림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어가는 추세라고 볼 수 있죠.

과정상으로 본다면 이전 그림들은 간략한 스케치위에 터치의 맛을 최대한 살려가며 ‘분위기’ 위주로 그렸다면 요즘은 포인트 부분은 최대한 섬세한 스케치를 해서 그 느낌을 완성까지 끌고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원경(遠景)의 스케치는 최대한 가볍게 풀어갑니다.

이전 그림과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과정이 바로 초벌과정입니다.
십수년간 그림을 가르쳐 오면서 수업방식도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해마다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밀도 높게,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잘 그릴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감도 좋은 물감을 쓰고 붓도 좋은 붓을 쓰는게 그림이 조금더 빨리 느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무조건 비싼 재료가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붓의 경우에 그렇죠.
붓은 각 메이커별로, 한 메이커 안에서도 시리즈별로 각기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에 잘 골라야 합니다.
초벌 단계에서는 탄력있는 붓보다는 부드러운 붓이 좋습니다.
재료에 관해서는 다음에 따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자… 이제 그림을 봅시다.

IMG_8441.jpg

처음에는 차분한 색으로 어두운 부분들을 깔아 들어갑니다.
초벌에 바른 주조색이 화면 전체의 분위기를 끌어갑니다.
이때 너무 어둡게 채색이 되면 부드러운 톤(tone)을 내기가 어려워 집니다.

물체의 경계선을 따라 칠하는 것이 아니라 밝고 어두움의 경계를 따라 칠해야 됩니다.
예를 들어 인형의  머리와 그림자는 같이 칠하고 실타래의 어두운 부분과 그림자도 같이 칠하는 거죠.

IMG_8441-1.jpg

위 참고그림처럼 밝고 어두운 단계를 조금더 단순하게 파악하되, 부드러운 톤으로 발라 들어갑니다.

톤을 쌓아 올리는것은 바둑판 위에서 바둑알을 튕기는것과 비슷합니다.
단번에 바둑알을 바둑판 가장자리에 튕기려다 알이 바깥으로 떨어지듯이
원하는 톤을 한번에 내려고 하면 무리가 따르고 차칫 톤이 오바(over)되면 수습하기가 힘들어 집니다.
처음엔 부드러운 톤을 올리고 차츰 차츰 한단계씩 어둡게 톤을 쌓아 올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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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톤이 올라가면 힘을 줄 부분을 잡아줍니다.
이때 많이 어두운 색을 발라도 되지만 잡아주는(찍어주는) 부분의 면적이 넓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아무리 좁은 면이라도 다듬으려고 하기보단 터치의 맛을 살려주며 덜마른 상태에서 한번에 여러번의 터치가 올라가지 않도록 합니다.
시선을 끌어줄 부분은 강하게, 멀리있는 부분은 약하게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시켜 줄 부분들은 중간세기로 잡아줍니다.

주제인 인형의 색깔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부분의 색이 튀어서 인형의 색이 죽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인형의 주조색인 하늘색과 그림 전체의 주조색의 관계/조화를 색각하면서 색을 바릅니다.
인형 오른쪽의 핑크색의 기운을 인형에도 몇터치 던져줍니다.
정물대 바닥의 색과 배경색/주조색을 맞춰 줍니다.

급하게 묘사하려고 하기보단 계속 화면전체의 색의 조화에 신경을 쓰면서 톤을 쌓아 올려갑니다.
벼경에도 실타래의 색기운이 들어가고 정물대 바닥색과 방울토마토의 색깔도 중간색을 주면서 진행합니다.
윗단계에서 인형 뒤에있는 바람개비모양의 물체(이름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 조금 강해 보여서 배경색을 조금더 어둡게 눌러 주었습니다.

이제 천의 꽃무늬를 그려 넣습니다.
물체 자체가 덩어리가 없는 무늬나 박스나 포장류의 상표 등을 그릴땐 기본 덩어리를 충분히 표현하고 난 뒤 큰 덩어리를 깨지 않도록 주의하며 밝은 부분은 채도높은 색을 살짝 힘을 빼서 바르고 어두운 부분은 중/저채도 색을 차분하게 발라 줍니다.
포인트를 중심으로 밀도를 올려가면서 화면전체 톤의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엷은 터치를 계속 쌓아 올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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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목에 달려있는 리본의 체크무니를 그려 넣었습니다.
이런류의 무늬는 고유색의 분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화면 전체의 어울림을 고려해 차분한 색으로, 혹은 액센트를 줄수 있는 색으로 묘사합니다.
원경의 물체도 무거워지지 않게 조심하며 마무리 합니다.
마무리 단계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조화와 균형입니다.
포인트의 섬세하고 밀도높은 묘사도 필요하지만 완성된 상태에서도 넓은 면이 시원하게 남아있는 부분도 필요합니다.
크게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면 잘 마무리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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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답글 to “곰인형과 실타래”

  1. 조영서 Says:

    중학생인데요 저는 초벌을 덩어리꽉잡게 진짜 세게 잡는데 이러면 좋지않은가요? 저도 초벌 저렇게 분위기있고 옅게 해보고싶은데 덩어리가 안잡힐까봐 못하겠어요 어떻게해야되나요?ㅠ

    • 박지만 Says:

      사실 중간과정에서의 정답이란건 없습니다.
      어떻게 그리든 잘 그리면 되니까요.^^

      다만 그림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한가지 방법으로만 굳어지는것보다는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게 중요하다고 할수 있겠죠.^^

  2. 장성우 Says:

    중간에 짤린 이미지들좀 복구해주실수없나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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