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날씨가 좋은 오후의 산책길 풍경을 수채화로 그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로 보기엔 멋진데 그림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은 풍경도 있고 평범해 보이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그림이 되는 풍경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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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한장이 완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중에 스케치를 시작하는 지금의 단계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림의 골격이 형성되는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나무”를 보지말고 “숲”을 보라는 말처럼 작은 부분에 연연해 하지 말고 완성되었을때의 그림전체의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스케치해 들어갑니다.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과 앞에 넣을 큰 나무를 화면속에 어느정도 크기로, 어느정도 위치에 넣을것인지를 고민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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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경우에는 길이 돌아 들어가는 부분이 화면 아래위 2/5정도에, 왼쪽 앞에 있는 나무가 좌우 1/3정도 위치에 배치되었습니다.
꼭 “이정도에 넣어야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런것들을 생각하면서 그리면 좋다”는 말이죠.
다시말해 “길”도 중요하지만 길과 다른 부분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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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장자리 울타리와 큰나무에 걸쳐진 잎들을 먼저 그려들어갑니다.
항상 큰 계획이 세워지고 나면 가장 강조해 주고싶은 부분들을 먼저 그립니다.
가까운 부분을 강하게 하고 멀어질수록 약하게 처리하는것이 보통이지만 가까운 부분이라고 해서 꼭 강하게 해야 하는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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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부터 멀리 있는 나무로 하나씩 더 그려 가면서 나무 앞에 있는 잎들을 그려줍니다.
이때 나뭇잎을 하나씩 그리려고 하기 보다는 나무에서 잎에 가려 안보이는 부분을 가위로 오려내는 기분으로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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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잎이 많아지면서 풍성한 느낌이 되어 갑니다.
모든 잎을 다 그릴수는 없지만 밝은 잎의 색과 어두운 나무의 색을 나눠준다는 기분으로 스케치합니다.

스케치는 단순한 밑그림이 아니라 완성될 그림의 계획이며 골격입니다.
그림전체를 그리는 시간중 1/3~1/2정도의 시간이 스케치에 투자되는것이 바람직합니다.
연필로 제대로 “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결국 채색에서 “헤매게” 될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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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과정에서부터 저마다의 다양한 “스타일”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 그림에서는 푸른 숲의 싱그러운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빛을 받아 밝은 길과 밧줄을 제외하고는 터치연습 하듯이 연두색 계열로 전체를 발라 주었습니다.
이때 최대한 터치 하나하나를 예쁘게 정성스럽게 발라줘야 맑고 시원한 기분을 이어갈수 있습니다.

옆에서 “선생님, 요즘 풍경수채화는 이렇게 하는게 유행인가요?”, “선생님, 나무는 이렇게 그려야 되나요?” 이런 질문들을 합니다.
그림은 정답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이나 의도에 따라 그리는 방법이 달라질수 있을것이고 그리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지겠죠.
이 그림에서 보여지는 방식도 수없이 많은 “스타일”들 중 한가지라고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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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색으로 칠한 초벌색 밑으로 비쳐 보이는 연필선을 보며 밝은 잎사귀 뒤로 살짝 가라앉는 연두색으로 칠해 줍니다.
이때 초벌색과 톤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풍성한 잎의 느낌을 살려주기가 힘듭니다.
채색하는 과정에서 연필로 스케치한 부분과 조금씩 달라지는것은 괜찮지만 갑자기 색이 많이 변한다거나 채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합니다.

실눈을 뜨고 전체 분위기를 계속 보면서 터치가 뭉게지지 않도록 차근차근 발라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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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의 잎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나무색을 칠해 줍니다.
전체 연두색 계열의 색들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Olive Green계열과 Burnt Sienna 계열의 색을 섞어 나무를 채색합니다.
한번에 너무 많은걸 하려고 하기보단 일단 색을 올리고 서서히 묘사를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칠합니다.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중의 하나가 모든 부분을 다 잘하려고 욕심을 부리다 그림이 산만해져 버리는 것입니다.
항상 그림의 주조색과 전체 분위기를 생각하면서 부분이 전체를 그르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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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의 잔가지를 그릴때 가지전체가 다 보이지 않도록 ‘보였다 숨었다’ 하는 부분을 생각하며 묘사합니다.
길 뒤로 멀어져 가는 부분은 청록색 계열의 색으로 칠해 시원하게 빠지도록 했습니다.
따뜻한 색은 가까워 보이고 차가운 색은 멀어보이는 색의 성질을 잘 활용하면 공간감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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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왼편의 가까운 나무를 살려주기 위해 나무껍질의 갈라진 느낌을 잔터치로 밀도를 올려갑니다.
연두색을 더 신선해 보이게 하기위해 붉은색 계열을 살짝살짝 얹어줍니다.
마무리에 앞서 전체 분위기를 보며 튀는 부분이 없는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없는지, 강조될 부분이 제대로 강조가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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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답글 to “숲길”

  1. 현진 Says:

    참으로 놀라운 과정 입니다…ㅠ.ㅠ

  2. 윤지영 Says:

    대단합니다. 초록에서 신선한 향기가 느껴질 정도네요. ^^

  3. 박지만 Says:

    현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낸다고 하던데 항상 잘 챙겨 드시길…ㅠ.ㅠ
    지영: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죠? 부산에 올 일이 생기면 미리 연락주시길. 한번 모여야지요… ^^

  4. 한수민 Says:

    감사합니다. 숲길.. 수채화 잘 그리는 법 좀 참고 있었는데 구도를 그리는 방법과 채색 방법을 잘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5. 박지만 Says:

    도움이 되어서 기쁩니다. ^^

  6. 박은정 Says:

    헉…한마디로
    초보자로서 한분에게서 배운것과 전혀다른
    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체를 저렇게 터치해서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멋진 숲길을 만들어내는 모습에 잠이 안옵니다
    잘려고 누우니 천장에 샘그림이 아롱거리네요

    • 박지만 Says: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림은 정답이 없으니까요 다양한 그림들을 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보시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7. 박서현 Says:

    정말 좋네요.^*^
    베리 굿!!!!!
    ㅋㅋ

  8. 김주연 Says:

    우와..정말 대단한 그림이에요..! 처음에는 전부 연두색으로 칠해버리셔서 깜짝 놀랐는데 완성작이 정말 눈부시네요 ㅠㅠ!
    어떤 종이에 그리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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