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석고수채화-단계별 과정’ Category

쥴리앙과 커피분쇄기

5월 12, 2006

그림을 한장 그릴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문제가 ‘무엇을’ 그릴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림 전체의 분위기는 당연히 전혀 다른 그림이 될테니까 말입니다.
물론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선생님이 제시하는 석고나 정물을, 입시에서는 출제된 석소와 정물을 그리게 되니까 그다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만 평소에 연습을 할때 무엇을 그릴것인가를 스스로 고민해 보는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쥴리앙과 원두커피를 갈아주는 커피분쇄기, 붉은 벽돌, 마른 장미, 이젤, 꽃무늬 천(이번 홍익대 입시에 출제 되었었죠?), 당구공 등을 놓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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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고민하는 문제가 ‘어떻게’ 그릴것인지 입니다.
이 ‘어떻게’라는 말 속에 구도를 어떻게 잡을지, 투시나 빛과 공간을 어떻게 풀어 갈지, 스케치나 전체 분위기 등등 거의 그림의 모든 고민거리가 포함이 됩니다.

보통 석고소묘나 인체소묘 등 화면에 하나의 대상만 그리고 배경을 그리지 않을 경우 별달리 구도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리게 됩니다.
석고수채화도 워낙 확실한 주제(석고상)가 있다보니 구도에 대해 그다지 고민하지 않고 그려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것이지 결코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한된 소재를 그릴때에도 항상 구도에 대해 고민하며 이래저래 바꿔서 배치해 보고 그 차이를 느껴 봐야 좀 더 높은 수준의 그림을 그릴수 있게 됩니다.
선생님들이 물고기를 준다고 넙죽넙죽 받아 먹지만 말고 혼자 물고기를 잡는 법을 터득해야 된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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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경의 큰 삼각형(이젤)과 석고상, 커피 분쇄기 아래에 벽돌 2개를 받쳐놓아 삼각형의 모양이 반복되게 배치했습니다.
천이 잘린 부분과 마른 장미의 배치도 앞의 포인트쪽으로 시선이 모아지도록 놓았습니다.
석고상의 머리와 당구공과 당구공 앞의 장미 한송이, 그리고 오른쪽 멀리 당구공 하나… 이렇게 큰 덩어리와 작은 덩어리를 배치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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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의 포인트인 커피분쇄기와 벽돌, 마른 장미입니다.
포인트가 될 부분인 만큼 세심한 관찰과 스케치는 기본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스케치를 빨리 끝내고 채색을 하려고 합니다.
빨리 한장을 ‘완성’시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빨리빨리 10장를 완성하는것 보다 1장을 제대로 그려봐야 그림이 늘게 됩니다.

“연필로 표현하지 못하는것은 붓으로 절대로 표현할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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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색으로 초벌을 발라 들어갑니다.
초벌에서 너무 강하게 들어가면 중간톤을 내기가 어려워 집니다.
크게 밝음과 어둠을 나눠서 과감하게 그러나 정성스럽게 터치를 올립니다.
초벌에서는 물똥이 많이 생기지 않게 큰 붓으로 물기를 조금 빼서 얇게 발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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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끌어줄 눈코입과 머리카락, 포인트 부분인 분쇄기와 장미, 벽돌의 어두운 부분을 ‘찍어’줍니다.
주로 물체와 그림자의 연결부분, 그림자가 시작되는 부분을 강하게 잡아주게 됩니다.
어두운색으로 강하게 잡아주되 어두운 색으로 넓은 면적을 칠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그 다음 약하게 발라준 초벌과 강하게 잡아준 부분, 즉 근경과 원경 사이의 어두운 부분을 중간세기로 잡아줍니다.
이 단계에서 적어도 강 > 중 > 약 3단계가 나와야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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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스케치 덕분에 초벌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가는 모습입니다.
위쪽의 반구형 금속 부분에 장미와 주변 모양이 반사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벽돌이 놓여진, 천이 깔리지 않은 바닥쪽도 장미와 벽돌이 비치고 있습니다.
위쪽은 검은색 금속이라 반사가 되어도 어둡게 비치고 아래쪽은 (보통 밥먹을때 쓰는 교자상 등에서 흔히 볼수 있는) 옻칠이라 훨씬 밝게 반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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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전체의 주조색과 앞쪽 포인트 물체의 주조색의 관계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림의 주조색과 포인트 물체색이 비슷할 수도, 전혀 다를수도 있습니다.

커피분쇄기의 나무부분과 벽돌색, 마른 장미의 노란색을 먼저 발라 봅니다.
장미의 노란색이 화면전체에 흩어지도록 장미를 먼저 칠하고 장미색을 조금 가라앉혀서 주변에 조금씩 칠해 줍니다.
지금 발라주는 색이 그림전체의 주조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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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자신의 색을 갖지 않은 물체-흰색, 회색, 검은색 또는 투명하거나 반사하는-들은 그림의 주조색과 포인트 색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체 분위기를 잘 살펴보며 포인트와 주변 물체들 사이를 다녀가며 묘사를 합니다.
어둡게 살려줄 부분과 밝게 살려줄 부분을 조금씩 구분해 가며 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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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질감과 금속의 질감, 벽돌과 장미의 질감 차이를 생각하며 서서히 색을 발라줍니다.
엷게 초벌을 발랐을때 줬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를 계속 유지시켜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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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세밀하게 묘사/정리해 들어갑니다.
끈질기게 관찰하며 묘사해 보는 습관이 짧은 제한시간 속에서도 표현력을 길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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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무늬와 꽃무늬를 그립니다.
무늬는 무늬로 보여질수 있도록 튀지않게 다른 부분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그려줍니다.
커피분쇄기의 위쪽 금속부분과 검정색 당구공이 주변보다 어두워지게 해 줍니다.
전체적인 색감과 톤의 균형을 맞춰 주면서 마지막 정리를 합니다.